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에 자리 잡은 두 대형 사옥이 풍수지리 논란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풍수지리란 땅의 기운과 지형을 분석하여 길흉을 판단하는 동양의 전통 학문으로, 특히 기업 사옥의 위치와 형태가 경영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이 존재합니다. 2017년 아모레퍼시픽, 2021년 하이브가 각각 용산에 터를 잡은 이후 두 기업 모두 예상치 못한 경영 난관에 부딪히면서 ‘용산 서향 괴담’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용산 서향 괴담의 유래와 역사
‘서향 괴담’은 서울역 맞은편에 건물을 지으면 ‘지는 해’의 방향이라 사업 성장에 불리하다는 풍수지리설에서 비롯된 이야기입니다. 용산 땅의 유구한 역사만큼 그 위에 기업들의 흥망성쇠가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사라진 대기업들의 흔적
한때 명성을 떨치던 국제그룹, 대우그룹, 해태그룹, 벽산그룹은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KDB생명보험(전신 금호생명)은 2026년 1월 현재까지 10년이 넘도록 M&A 매물로 나와 있는 상태입니다. 이러한 역사적 사례들이 ‘용산에 사옥을 지으면 망한다’는 속설의 근거로 자주 인용됩니다.
풍수 전문가들의 분석
풍수적 관점에서 용산역 일대는 만초천과 용산이 남서쪽으로 몸을 틀어 산수동거(산과 물이 함께 흘러가는 형세)하는 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산수동거란 산의 흐름과 물의 흐름이 같은 방향으로 향하는 것으로, 풍수에서는 기운이 한쪽으로 빠져나가 불리한 형세로 해석합니다. 만초천 역시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터를 감싸지 않고 반대로 흘러 수구(물이 빠져나가는 곳)가 긴밀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아모레퍼시픽 사옥의 건축적 특징과 풍수 논란
건물 개요
아모레퍼시픽 본사는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100에 위치하며, 지하 7층, 지상 22층 규모입니다. 대지면적 14,525m²(약 4,400평), 연면적 188,902m²(약 57,150평)로, 현대건설이 시공하고 영국의 세계적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했습니다. 2014년 8월 착공하여 2017년 10월 완공되었으며, 서경배 회장이 설계부터 완공까지 10년간 공을 들인 프로젝트입니다.
백자 달항아리에서 영감받은 디자인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화려한 기교 없이 절제된 아름다움을 지닌 백자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받아 단아하고 간결한 형태의 건물을 설계했습니다. 외관은 길이 4.5~7m의 알루미늄 핀 2만1,500개로 둘러싸여 있으며, 총 중량이 3,300톤에 달합니다. 햇빛을 차단하는 나무 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직사광선을 막고 자연 채광을 골고루 확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건물 중앙의 구멍, 풍수적 논란
아모레퍼시픽 사옥의 가장 큰 특징은 5층, 11층, 17층에 마련된 ‘루프 가든’입니다. 5~6개 층을 비워낸 독특한 구조로, 건물 앞뒤와 상부로 중앙이 뻥 뚫려 있습니다. 이를 두고 홍콩에서 유래한 ‘드래건 게이트'(용이 드나들 수 있는 문)를 만든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홍콩에서는 바다 앞 고층 빌딩에 네모난 구멍을 내어 용의 기운이 통과하도록 하는 풍수적 전통이 있습니다.
반면 일부 풍수 해석에서는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중앙이 빈 구조는 기운이 빠져나가 내실이 없어진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하이브 사옥의 위치와 건축 특징
용산 트레이드센터 전체 임차
하이브 사옥은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 42(한강로3가 65-9)에 위치한 ‘용산 트레이드센터'(YTC)입니다. 2020년 1월 완공된 이 건물은 지하 7층, 지상 19층, 전체 면적 약 6만m²(약 2만 평) 규모로, 하이브가 한 채를 단독으로 임차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만 12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하이퍼 노마드 콘셉트의 리모델링
원래 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임대형 오피스 건물이었으나, 푸하하하프렌즈와 디자인 스튜디오 씨오엠이 리모델링을 담당했습니다. 사옥의 브랜딩과 디자인은 방시혁 의장과 민희진 전 CBO(현 ADOR 전 대표)가 총괄했습니다. 설계 키워드는 ‘하이퍼 노마드(Hyper Nomad)’로, 끊임없이 자신을 바꿔가는 창조적 행위를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층별 구성
19개 층이 5개 블록으로 나뉘어 있으며, 지하 2층부터 1층은 공공시설, 2~3층은 대형 특수시설, 4~6층은 소형 특수시설, 7~16층은 아카이빙 룸을 포함한 사무 공간, 17~19층은 복지시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코어를 중심으로 15개의 공간으로 분할하여 전 층에 걸쳐 총 300여 개 단위 공간이 유동적으로 결합되도록 모듈 시스템을 적용했습니다.
사옥 이전 후 두 기업의 경영 성과 변화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입주 후 실적 하락과 회복
2017년 용산 신사옥에 입주한 후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사업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급감했습니다. 2017년 7,315억 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18년 5,495억 원, 2019년 4,982억 원, 2020년 1,506억 원으로 꾸준히 줄어 2017년 대비 약 80%가 감소했습니다.
다만 2024년에는 회복세를 보여 매출 4조 2,599억 원, 영업이익 2,493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매출 5.9%, 영업이익 64.0% 증가한 수치입니다. 특히 해외 사업은 서구권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20.6% 증가한 1조 6,789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미주 지역이 중화권을 제치고 가장 큰 해외 시장으로 등극했습니다.
하이브: 경영권 분쟁과 주가 급락
2021년 한강대로로 사옥을 옮긴 하이브는 2024년 경영권 분쟁으로 큰 홍역을 치렀습니다. 2024년 4월 22일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4월 19일 주당 23만 원이었던 주가는 10% 넘게 하락해 약 2주 만에 시가총액 1조 2,000억 원 가량이 증발했습니다.
2024년 1분기 영업이익은 14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6% 감소했고, 순이익은 29억 원으로 전년(230억 원) 대비 87.4% 급감했습니다. 2024년 8월 민희진 전 대표가 어도어 대표직에서 해임되었고, 2026년 2월 12일 약 260억 원 규모의 풋옵션 소송 판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풍수와 기업 경영의 상관관계에 대한 시각
긍정론: 터의 중요성
풍수를 신뢰하는 측에서는 용산 일대가 본사 사옥의 터로 권할 만한 자리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 사옥의 중앙 구멍이 ‘내실을 비우는’ 형태라며, 건물 구조 자체가 기업 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해석합니다.
회의론: 경영 환경 요인
반면 풍수를 미신으로 보는 시각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의 실적 하락은 중국의 사드 보복과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외부 요인 때문이고, 하이브의 어려움은 내부 경영권 분쟁과 K-팝 산업 구조적 문제라고 분석합니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은 서구권 시장 확대로 2024년 실적이 크게 개선되었고, 하이브 역시 2025년 6월 BTS 전 멤버 전역 이후 2026년 컴백이 성공하면 반등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아모레퍼시픽 사옥은 누가 설계했나요?
영국의 세계적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가 설계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그의 한국 첫 작품으로, 백자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받아 단아하고 간결한 형태로 디자인했습니다.
하이브 사옥은 자사 소유인가요?
하이브 사옥은 자사 소유가 아닌 임차 건물입니다. 용산 트레이드센터 전체를 단독으로 임차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2021년 빅히트에서 하이브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이 건물로 이전했습니다.
용산 서향 괴담이란 무엇인가요?
서울역 맞은편(서향)에 건물을 지으면 ‘지는 해’의 방향이라 사업이 불리하다는 풍수지리설입니다. 국제그룹, 대우그룹, 해태그룹 등 과거 대기업들이 이 지역에서 몰락한 역사가 근거로 인용됩니다.
아모레퍼시픽 사옥의 구멍은 왜 만들었나요?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한옥의 중정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한 ‘루프 가든’입니다. 5층, 11층, 17층에 5~6개 층을 비워 정원을 조성하여 임직원들이 자연과 가깝게 호흡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풍수적 의도인 ‘드래건 게이트’라는 해석도 있으나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하이브-민희진 분쟁의 현재 상황은 어떻게 되나요?
2024년 4월 시작된 분쟁은 현재 진행 중입니다. 2024년 8월 민희진 전 대표가 어도어 대표직에서 해임되었고, 2025년 7월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 불송치 처분을 받았습니다. 약 260억 원 규모의 풋옵션 소송 판결은 2026년 2월 12일 예정되어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의 최근 실적은 어떤가요?
2024년 기준 매출 4조 2,599억 원, 영업이익 2,493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5.9%, 64.0% 증가했습니다. 특히 미주 지역 매출이 83% 증가하며 처음으로 중화권을 제치고 최대 해외 시장이 되었습니다.
풍수지리가 실제로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치나요?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는 없습니다. 풍수 신봉자들은 터의 기운이 기업 운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지만, 회의론자들은 경제 환경, 시장 변화, 경영 의사결정 등 실질적 요인이 기업 성과를 좌우한다고 봅니다.
마무리
용산의 두 대형 사옥을 둘러싼 풍수 논란은 과학적 근거보다는 역사적 우연의 일치와 전통적 믿음에 기반합니다. 아모레퍼시픽과 하이브 모두 사옥 이전 후 경영 난관을 겪었지만, 그 원인을 풍수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중국 시장 변화, 글로벌 팬데믹, 내부 경영 분쟁 등 현실적 요인이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만 기업 사옥의 위치와 디자인이 직원들의 심리와 기업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풍수를 완전히 무시하기보다는 경영 환경의 한 요소로 참고하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본 정보는 일반적인 참고 자료이며, 투자 결정 시에는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