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상업용 원전인 고리 1호기가 2025년 6월 26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역사적인 해체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1조 713억원 규모의 이 대형 프로젝트는 향후 12년에 걸쳐 진행되며, 국내 원전 해체 산업의 신호탄이 될 전망입니다. 특히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 규모가 2050년까지 5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번 고리 1호기 해체는 국내 기업들이 거대한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고리 1호기 해체, 왜 지금 주목받고 있나
1978년 상업 운전을 시작한 고리 1호기는 2017년 6월 영구정지된 후 8년만에 해체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번 해체 작업은 국내 원전 해체 기술의 시험무대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수력원자력이 보유한 96개의 원전 해체 기술이 실전에 적용되며, 이를 통해 축적된 노하우는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의 핵심 자산이 될 전망입니다.
해체 과정은 방사능 준위가 낮은 시설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됩니다. 2031년까지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한 뒤, 원자로 압력용기와 증기발생기 등 주요 설비를 제거하게 됩니다. 최종적으로는 2037년까지 부지 복원을 완료할 계획입니다.
원전 해체 로봇 기술의 혁신적 발전
원전 해체 과정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술은 방사능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는 전용 로봇입니다. 사람이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고방사능 지역에서의 작업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이러한 로봇들은 원전 해체 산업의 핵심 기술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케이엔알시스템의 혁신적 로봇 기술
케이엔알시스템은 2019년 원전 해체 전용 로봇팔 ‘하이드라-DC(Hydra-DC)’를 개발했습니다. 이 로봇은 고방사능 환경에서도 장시간 작동할 수 있도록 내방사능 소재로 제작되었으며, 방사능 대응력과 수중 절단 기능을 모두 갖춘 국내 유일의 독자적 통합 솔루션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원전 해체 로봇의 방폭인증까지 획득하여 실제 현장 투입 준비를 완료했습니다.
휴림로봇의 합작사업 전략
휴림로봇은 폭발물 처리 및 원전해체 로봇 기술을 보유한 한울로보틱스와 합작법인 ‘인웍스로봇’을 설립하여 원전 해체 시장에 본격 진출했습니다. 휴림로봇이 지분 70%를 보유하는 이 합작사는 특수환경 자율 방제 로봇 기술을 통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주요 원전 해체 관련주 심층 분석
오르비텍 – 방사선 분석의 선두주자
오르비텍은 원전 해체 관련주의 대장주로 불립니다. 방사선 안전관리와 폐기물 분석·처리 기술을 핵심 역량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2023년부터 경남지역에 ‘오르비텍 분석센터’를 운영하며 원전 해체 시장 선점을 위한 준비를 착실히 진행해왔습니다. 특히 방사성 시료의 시험 분석과 방사성 오염 제거 기술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고리 1호기 해체 프로젝트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진엔텍 – 원전 정비에서 해체까지
2013년 설립된 우진엔텍은 원자력·화력발전소용 계측제어설비 전문기업으로 시작했으나, 현재는 원전 해체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영구정지된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를 대상으로 2026년부터 원전 해체 사업에 본격 진출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특히 방사성핵종 물질 제거 원천기술을 보유한 블루마그넷과의 협력을 통해 원전 폐액 내 방사성핵종 물질 제거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어, 해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전KPS – 원전 정비 경험의 활용
한전KPS는 오랜 원전 정비 경험을 바탕으로 해체 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원전해체연구소 설립 및 운영을 위해 483억원을 출연하며 해체 기술개발 지원, 방폐물 분석 지원, 국내외 원전 해체정보 제공 등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운전정비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활용하여 제염, 해체, 폐기물 처리 및 관리기술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 – 원전 제조업체의 해체 진출
원전 설계 및 제작 분야의 대표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는 가동원전 서비스 기술을 기반으로 원자로 및 증기발생기와 같은 핵심 기기 해체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원전 건설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해체 분야에 적용하여 국내외 원전해체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으며, 특히 대형 주기기 해체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됩니다.
원전 자동화 장비 분야의 새로운 기회
원전 해체 과정에서는 다양한 자동화 장비가 필요합니다. 특히 방사능 환경에서의 안전한 작업을 위해서는 원격 제어가 가능한 자동화 시스템이 필수적입니다.
페이브텍의 자동화 용접 기술
페이브텍은 원자력 발전소 보수를 위한 자동화 용접 로봇 개발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소형모듈원자로(SMR) 제작에 적용되는 용접 자동화 기술은 향후 원전 해체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엠유트론의 유지보수 로봇
엠유트론은 원전 유지보수 전문기업으로, 자동화 로봇 개발 분야에서 11억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하며 주목받았습니다. 체계적인 작업자 교육과 함께 차세대 원전 유지보수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어, 원전 해체 시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500조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의 전망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25년 기준으로 전 세계 영구정지된 원전은 215기에 달합니다. 이 중 해체가 완료된 원전은 겨우 10% 수준에 불과해, 향후 막대한 해체 수요가 예상됩니다. 업계에서는 2145년까지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 규모가 약 5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유럽 등 원전 도입 초기 국가들에서 노후 원전의 해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분석됩니다. 고리 1호기 해체를 통해 축적될 기술력과 경험은 이러한 글로벌 시장 진출의 핵심 자산이 될 전망입니다.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포인트
기술력 검증의 중요성
원전 해체는 극도로 복잡하고 위험한 작업입니다. 따라서 검증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실제 해체 프로젝트 참여 경험이나 관련 특허 보유 여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합니다.
정부 정책과의 연관성
원전 해체 시장은 정부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탈원전 정책의 변화나 원전 안전 규제 강화 등이 관련 기업들의 사업 전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책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기적 관점의 투자
원전 해체 프로젝트는 통상 10~15년의 장기간에 걸쳐 진행됩니다. 따라서 단기적인 주가 변동보다는 장기적인 사업 전망과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투자 판단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앞으로의 전망과 과제
고리 1호기 해체 프로젝트는 한국이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많습니다.
먼저 방사성 폐기물 처리 방안이 확립되어야 합니다. 해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고 저장할 수 있는 시설과 기술이 필요합니다. 또한 해체 전문 인력 양성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현재 국내에는 실제 원전 해체 경험을 가진 전문가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원전 기술력과 제조업 역량을 고려할 때, 충분히 경쟁력 있는 원전 해체 산업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로봇 기술과 자동화 기술 분야에서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어, 이를 원전 해체 분야에 적용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투자 시 고려사항
- 원전 해체는 장기 프로젝트로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
- 기업별 보유 기술의 차별화 정도와 특허 경쟁력 확인 필요
- 정부 정책 변화와 규제 동향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중요
- 글로벌 진출 역량과 해외 프로젝트 참여 가능성 검토
500조원 규모의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이 본격 개화하는 시점에서, 고리 1호기 해체는 한국 기업들에게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준비와 투자를 통해 이 거대한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나가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