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견디는 무력감과 절망감, 취업 준비생들이 마주하는 진짜 현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오늘은 무엇을 해야 하지?’라는 막막함이 다가옵니다. 특별한 일정 없이 시작되는 하루, 스마트폰 알림창에 뜨는 친구들의 직장 생활 소식을 보며 점점 깊어지는 상대적 박탈감. 수많은 취업준비생들이 겪고 있는 이 현실을 들여다봅니다.

한국경제인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 졸업생 30%가 ‘작년보다 취업이 어려워졌다’고 답했습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 조사에서는 취업준비생 10명 중 9명이 취업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의 고민을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가 놓치고 있던 심각한 현실이 드러납니다.

끝없는 경제적 압박과 생존의 무게

취업준비생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 부담입니다. 데이터솜의 조사에 따르면 취업준비생 87.7%가 번아웃을 경험하며, 이 중 69.0%가 ‘취업 비용, 생활비 등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구체적 수치를 살펴보면 현실이 더욱 절망적입니다.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취업준비생 88.0%가 경제적 부담을 느끼며, 이 중 21%는 ‘생활고’ 수준의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월 평균 취업준비 비용은 21만원이 넘고, 순수 생활비는 36만원을 넘어서는 상황입니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서울시 청년 부채 실태조사 결과입니다. 서울 청년의 평균 부채는 2,370만원에 달하며, 이 중 상당 부분이 학자금 대출에서 시작됩니다. 한 취업준비생은 “숨만 쉬어도 100만원이 나가는 상황”이라며 현실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스펙 쌓기의 무한 반복, 끝없는 시험 지옥

취업 시장의 높은 벽을 넘기 위해 취업준비생들은 스펙 쌓기에 매달립니다. 그러나 이는 끝없는 악순환의 시작입니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취업준비생 55.9%가 전공 자격증 취득을 준비했지만, 취업 준비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진로 결정’을 꼽았습니다.

현재 취업 시장에서는 ‘경력직 선호’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신입채용 기회 감소가 26.3%로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혔으며, 원하는 근로조건에 맞는 좋은 일자리 부족이 22.6%로 뒤를 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취업준비생들은 ‘취업 준비를 위한 취업’이라는 모순적 상황에 빠져 있습니다.

실제로 한 취업준비생은 “요즘 취업시장이 어렵다 보니 취업 준비생들의 스펙이 상향 평준화돼서 자격증이 없으면 필기 시험 기회조차 얻기 힘들다”고 현실을 설명했습니다. 자격증 취득을 위한 응시료, 교재비, 학원비 등이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신건강 위기와 사회적 고립의 심화

취업준비생들의 정신건강 문제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서울대 보라매병원 정희연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취업준비생 39.5%가 우울증 진단 수준의 유의미한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취업준비생 15.3%가 취업 스트레스로 자살 충동을 경험했다는 점입니다.

취업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은 ‘언제 취업될 줄 모르는 불안감’이 38.6%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오랜 시간 취업준비로 인한 지침’이 뒤를 이었습니다.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취업준비생 60.6%가 ‘취업 스트레스가 매우 높다’고 답했으며, 이 중 62.2%가 ‘본인의 취업역량 부족’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했습니다.

사회적 고립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19~34세 청년 약 50만 명이 극도의 고립 상태에 놓여 있으며, 고립·은둔 청년이 된 주요 원인 중 취업의 어려움이 32.8%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대인관계 어려움이 23.5%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상대적 박탈감과 자존감 붕괴

SNS를 통해 접하는 타인의 성공담은 취업준비생들에게 큰 상처가 됩니다. 공기업에 합격한 친구의 연봉, 대기업에 취업한 선배의 복지 이야기, 20대 초중반에 빠른 취업 성공을 이룬 지인들의 소식이 상대적 박탈감을 증폭시킵니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카·페·인 우울증'(카카오톡·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우울증)은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겪는 현실입니다. 타인의 화려한 SNS 게시물과 자신의 현실을 비교하면서 생기는 우울감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반복되는 면접 탈락은 자존감을 심각하게 훼손시킵니다. 한 취업준비생은 “30번의 면접 탈락을 겪으면서 자존감이 박살났다”며 “나와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인생 설계의 붕괴

취업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커집니다.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취업준비생들이 겪는 가장 큰 스트레스는 ‘언제 취업될 줄 모르는 불안감’입니다. 이는 개인의 인생 설계 전반에 영향을 미칩니다.

연애, 결혼, 주거 독립 등 20대가 통과해야 할 사회적 과업들이 모두 취업 성공 여부에 달려있어 보입니다. 이로 인해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인생이 정지된 느낌’을 받으며 무력감에 빠집니다.

특히 동년배들이 사회에 진출하면서 경험하는 성장과 발전을 지켜보며, 자신만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느낌은 취업준비생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줍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사회적 위축과 대인관계 기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체적 증상으로 드러나는 스트레스

취업 스트레스는 정신적 고통에 그치지 않습니다.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구직자 95.1%가 취업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을 겪은 경험이 있으며, 55.8%는 실제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주요 신체적 증상으로는 무기력증, 만성피로, 소화불량, 두통, 불면증 등이 나타납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유선 연구원은 “명확한 신체적 원인이 없는데도 심리적 갈등으로 인해 신체적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신체적 증상은 취업 준비 자체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을 만듭니다. 건강 문제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지고, 면접에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어려워집니다.

대인관계 기피와 사회적 위축

장기간의 취업준비 과정에서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대인관계를 기피하게 됩니다. 자신의 상황을 부끄러워하거나, 타인과의 비교를 피하려는 심리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특히 동년배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생기는 경험과 화제의 차이는 더욱 큰 소외감을 만듭니다. 직장인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느끼는 격차는 자연스럽게 만남을 줄이게 만들고, 이는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킵니다.

광주광역시 은둔형 외톨이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인관계의 어려움은 당사자를 사회적으로 더욱 고립시키는 요인이 되며, 취업 및 대인관계 어려움으로 은둔생활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 관계의 변화와 부담

취업준비가 장기화되면서 가족 관계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느끼는 죄책감과 부담감이 커집니다. 2024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 10명 중 5명이 부모와 함께 거주하고 있으며, 이는 경제적 어려움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가족의 기대와 압박도 취업준비생들에게 큰 스트레스가 됩니다. 친척 모임에서 받는 질문들, 부모의 걱정스러운 시선, 형제자매와의 비교 등이 심리적 부담을 가중시킵니다.

해결책과 지원 방안

이러한 심각한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사회가 나서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고립·은둔 청년 지원 방안을 발표했으며, 서울시는 은둔청년 지원사업을 통해 상담과 사회복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다음과 같은 대응이 필요합니다:

  • 정신건강 관리: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지속될 경우 전문가 상담 받기
  • 사회적 관계 유지: 취업준비생 모임이나 스터디 그룹 참여로 고립 방지
  • 현실적 목표 설정: 무리한 스펙 쌓기보다는 실현 가능한 목표 설정
  • 경제적 부담 경감: 국비지원 교육이나 청년 지원 프로그램 적극 활용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한 시점

취업준비생들의 어려움은 개인의 노력 부족이 아닌 구조적 문제입니다. 신입채용 기회 감소, 경력직 선호, 좋은 일자리 부족 등은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 전체가 취업준비생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합니다. 취업 실패를 개인의 무능함으로 여기는 인식에서 벗어나, 사회적 지지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특히 기업들의 채용 방식 개선, 정부의 청년 일자리 정책 확대, 정신건강 지원 서비스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희망을 잃지 않는 마음가짐

현실이 어렵다고 해서 모든 것이 절망적인 것은 아닙니다.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적절한 도움을 구하는 것입니다.

취업준비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들은 결코 개인의 잘못이 아닙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청년들이 공통으로 겪는 사회적 문제이며,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가치를 취업 성공 여부로만 판단하지 말고, 취업준비 과정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모든 것들이 의미 있는 경험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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