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영화 관세 폭탄’: 할리우드 부활인가, 글로벌 영화산업 혼란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다시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번에는 해외에서 제작된 모든 영화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폭탄선언으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할리우드의 부활을 위한 과감한 정책인지, 아니면 세계 영화산업에 큰 혼란만 초래할 정책인지 심층 분석해보겠습니다.

트럼프의 영화 관세 선언,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 5월 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플랫폼 ‘트루스소셜’에 미국 영화산업이 “매우 빠르게 죽어가고 있다”며 상무부와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외국에서 제작된 모든 영화에 100% 관세를 부과하는 절차를 즉시 시작하도록 승인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트럼프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이를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까지 규정했습니다. [한겨레]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즉시 X(구 트위터)에 “우리가 처리하겠다(We’re on it)”는 짧은 댓글로 화답했지만, 영화 업계는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 정책의 현실성과 구체적인 시행 방안에 대한 의문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할리우드 쇠퇴의 실상과 원인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대로 할리우드 영화 산업이 쇠퇴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비영리 단체 필름LA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영화 및 텔레비전 제작은 약 40% 감소했으며, 지난 3년 동안만 할리우드에서 약 1만 8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습니다. [Reuters]

이러한 쇠퇴의 주요 원인은 무엇일까요?

  • 해외 인센티브 프로그램: 캐나다, 영국, 뉴질랜드 등 여러 국가들은 할리우드 영화사들을 유치하기 위해 20~30%의 세금 감면 혜택과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 제작비 상승: 미국 내 제작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스튜디오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 촬영지를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 스트리밍 서비스의 부상: 넷플릭스, 디즈니+ 등 스트리밍 플랫폼의 성장으로 영화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리서치 회사 프로드프로(ProdPro)의 조사에 따르면, 2023년 4,000만 달러 이상의 예산을 가진 미국 영화 및 TV 프로젝트 제작비의 약 절반이 미국 외부에서 지출되었습니다. [Time]

영화 관세의 문제점과 실현 가능성

트럼프의 영화 관세 정책에는 여러 가지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1. 영화는 ‘상품’이 아닌 ‘서비스’

“영화는 서비스이며 일반적인 수입 관세의 대상이 아닙니다.” 영화는 제조품처럼 수입한 금액에 준해 소비자에게 유동적인 가격으로 판매하는 상품이 아닙니다. 대형 신작이든 독립영화든 제작비의 많고 적음과 무관하게, 동일한 금액의 영화 관람료를 지불합니다. [매일경제]

2. 정책 적용의 모호성

이 정책이 정확히 어떤 영화에 어떻게 적용될지 불명확합니다.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영화에만 적용되는지,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의 영화에도 적용되는지,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어떻게 구분할지, 제작비 또는 박스오피스 수익 중 무엇을 기준으로 관세를 책정할지 등 수많은 의문점이 있습니다.

3. ‘외국 영화’의 정의 문제

유럽 영화관 체인 뷰(Vue)의 설립자 티모시 리처드는 “미국 영화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가 문제”라며 “자금 출처, 각본, 감독, 배우, 촬영 장소 중 무엇이 기준인가?”라는 질문을 제기했습니다. [BBC]

실제로 현대 영화 제작은 복잡한 국제 공동 작업으로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어 올해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캐나다에서 촬영됐고,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도 대부분 미국 밖에서 촬영했지만, 두 영화 모두 미국 제작사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한국 영화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한국 영화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방침이 국내 영화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당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의 2024년 한국영화산업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영화가 수출되는 주요 국가는 일본, 대만, 베트남 등 아시아권이 대부분이며, 미국 수출액은 지난해 421만 달러(약 59억 원) 수준에 그쳤습니다. [한겨레]

하지만 몇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습니다:

  • 할리우드 협업 영향: CJ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등 할리우드와 협업을 진행 중인 기업들에게는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 ‘기생충’ 사례: “한국 영화 ‘기생충’의 경우 미국 배급사 네온이 2000만 달러를 판권 구입과 마케팅 비용 등으로 투자했고, 흥행 성공으로 5000만 달러 넘는 박스오피스 수익을 거뒀다”며 “영화 관세가 상향되면 이같은 구조가 재연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매일경제]
  • 미국 시장의 중요성: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흥행에 성공하면 유럽, 남미, 동남아 배급으로 이어지는 구조로 미국 영화시장은 일종의 세계 영화시장의 관문”입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 당시 “한국과 무역에서 많은 문제가 있는데 올해 최고의 영화상을 줬다”라며 불만을 표시했던 전례가 있어 한국 영화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글로벌 반응과 예상되는 파장

트럼프의 영화 관세 선언 이후 전 세계 영화 산업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1. 미국 내부 반발

미국 영화계 내에서도 “관세를 이득보다 손실이 클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의 경제 고문이자 전 국가외교무역협의회 회장인 윌리엄 라인시는 “보복은 우리 산업을 죽일 것이다. 우리는 얻는 것보다 잃을 것이 더 많다”고 경고했습니다.

2. 해외 정부들의 대응

호주와 뉴질랜드 정부는 이미 자국의 영화 산업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호주 내무장관 토니 버크는 “호주 영화산업의 권리를 위해 명백히 맞설 것”이라고 밝혔고, 뉴질랜드 총리 크리스토퍼 럭슨도 “이 산업의 훌륭한 옹호자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3. 영국의 우려

영국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노동조합 벡투(Bectu)는 영국 정부에 “필수적인 국가 경제 이익 문제로서 이 중요한 부문을 신속하게 방어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영국영화협회(BFI)에 따르면 2024년 영국의 영화 및 고급 TV 제작은 56억 파운드(약 9조 5천억 원)의 가치가 있으며, 이는 2023년보다 31% 증가한 수치입니다.

관세 정책이 실제 시행된다면?

만약 트럼프 대통령의 영화 관세 정책이 실제로 시행된다면, 여러 결과가 예상됩니다:

1. 보복 관세 가능성

“미국이 실제로 관세를 높이면 다른 나라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관세를 높이게 될 텐데, 할리우드 제작사들의 배급이 오히려 제약을 받는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미국은 2023년 기준 전 세계 박스오피스의 약 70%를 차지했으며, 영화 산업은 미국의 가장 강력한 서비스 부문 수출품 중 하나입니다.

2. 제작 비용 상승

해외 제작 비중이 높은 디즈니, 유니버셜, 워너브라더스, 넷플릭스 등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제작 비용 상승에 직면할 것입니다. 이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3. 영화 제작 감소

“더 많은 제작이 미국에서 이루어지거나 미국 외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마도 제작 자체가 줄어들 것”이라고 할리우드 리포터의 유럽 지국장 스콧 록스버러는 예측했습니다.

백악관의 후속 입장과 정책 전망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발표 이후, 백악관은 한발 물러선 입장을 취했습니다. 백악관 대변인 쿠시 데사이는 “외국 영화에 대한 관세에 대해 아직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며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한 모든 옵션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5일(현지시간) “산업을 해치려는 것이 아니라 돕고 싶다”며 “영화 업계 관계자들과 협의하겠다”고 밝혀 강경한 입장에서 다소 후퇴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들이 행복하길 바란다”며 “우리는 일자리를 중시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영화 업계와 전문가들의 혼란스러운 반응에 대응한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관세 정책이 어떻게 구체화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할리우드 부활을 위한 대안은?

전문가들은 관세보다 더 효과적인 할리우드 부활 방안으로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합니다:

1. 세금 인센티브 확대

미국 내 영화 제작에 세금 공제와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해외 경쟁에 대응하는 더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은 이미 주의 세금 인센티브를 강화하여 다른 지역과 더 잘 경쟁할 수 있도록 할리우드 제작자들과 노동조합의 촉구를 받고 있습니다.

2. 공동제작 조약 체결

트럼프 대통령의 ‘할리우드 특사’로 임명된 배우 존 보이트는 “외국 국가들과의 공동제작 조약 체결”을 제안했습니다. 이는 관세보다 더 협력적인 접근 방식으로, 글로벌 영화 산업의 상호 발전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3. 인프라 보조금

영화관 소유자, 영화 및 텔레비전 제작사, 후반 작업 회사에 대한 인프라 보조금을 제공하여 미국 내 영화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결론: 정책의 실현 가능성과 파급 효과

트럼프 대통령의 영화 100% 관세 선언은 할리우드의 쇠퇴라는 실제 문제를 인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그 해결책으로서의 관세는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실현 가능성과 효과 면에서 의문이 제기됩니다.

영화는 제조업 제품과 달리 복잡한 국제 협력의 결과물이며, 단순히 관세로 국내 제작을 촉진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글로벌 영화 산업의 상호 의존성을 고려한 세금 인센티브, 공동제작 협약, 인프라 지원 등의 종합적인 정책이 필요합니다.

당장 한국 영화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가 엔터테인먼트 산업까지 확장됨에 따라 글로벌 영화 환경의 변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한 콘텐츠 유통이 관세 정책에 어떻게 영향을 받을지는 K-콘텐츠의 글로벌 확장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트럼프의 영화 관세는 언제부터 적용되나요?

A: 아직 구체적인 시행 일정은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백악관은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영화 업계와 협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Q: 한국 영화가 미국으로 수출되면 100% 관세를 내야 하나요?

A: 구체적인 정책이 확정되지 않아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한국 영화의 미국 수출 규모는 연간 59억 원 수준으로 당장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Q: 넷플릭스나 디즈니+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의 한국 콘텐츠도 관세 대상인가요?

A: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관세 적용 여부는 정책의 주요 불확실성 중 하나입니다.

Q: ‘기생충’과 같은 아카데미상 수상작도 관세 대상이 될 수 있나요?

A: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표명한 바 있지만, 수상작에 대한 특별한 예외 여부는 아직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Q: 미국과 영화 공동제작을 진행 중인 한국 기업들은 어떤 영향을 받나요?

A: CJ엔터테인먼트 등 할리우드와 협업 중인 기업들은 “세부 가이드라인이 없어 다방면으로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공동제작의 경우 ‘미국 영화’와 ‘외국 영화’의 구분이 모호해 정책 시행에 어려움이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