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 첫 번째 월요일, 전 세계 패션 애호가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멧 갈라(Met Gala)가 2025년에도 눈부신 막을 올렸습니다. 올해 행사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는데, 바로 ‘슈퍼파인: 테일러링 블랙 스타일(Superfine: Tailoring Black Style)’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2025 멧 갈라의 주제와 그 중요성, 그리고 화려한 행사의 면면을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흑인 남성복의 역사를 조명하는 주제
2025년 멧 갈라 주제 ‘슈퍼파인: 테일러링 블랙 스타일’은 18세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흑인 스타일의 진화와 그 문화적, 역사적 의미를 심도 있게 탐구합니다. 이 주제는 모니카 L. 밀러(Monica L. Miller) 교수의 2009년 저서 <패션의 노예: 흑인 댄디즘과 흑인 디아스포라 정체성의 스타일링(Slaves to Fashion: Black Dandyism and the Styling of Black Diasporic Identity)>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이번 전시가 2003년 ‘치마 입은 남자들(Men in Skirts)’ 이후 무려 22년 만에 남성복에 초점을 맞춘 첫 번째 메트로폴리탄 의상 연구소 전시라는 점입니다. 드레스 코드 역시 ‘테일러드 포 유(Tailored for You)’로 정해져, 참석자들은 세련되고 맞춤형 의상을 선보이는 방향으로 해석했습니다.
“댄디즘은 가볍게 보일 수 있지만, 종종 사회적, 문화적 위계에 도전하거나 이를 초월합니다. 정체성, 표현, 그리고 인종, 계급, 성별, 섹슈얼리티, 권력과 관련된 이동성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 모니카 L. 밀러, 객원 큐레이터
의미와 역사적 중요성
흑인 댄디즘(Black dandyism)은 단순한 패션 스타일을 넘어 역사적으로 중요한 저항과 자기표현의 도구였습니다.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댄디즘은 세련된 옷차림과 태도를 통해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고자 했던 문화 사조였습니다. 대서양 노예 무역과 소비주의가 확산되면서, 흑인들은 이를 통해 부여된 정체성을 탈피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했습니다.
밀러 교수는 블랙 댄디즘을 “정체성을 재고하고, 다른 맥락에서 자아를 재구성하는 전략과 도구”라고 설명합니다. 특히 노예제 시대에 누가, 무엇이 인간으로 간주될 수 있는지에 대한 한계를 극단적으로 넘어설 수 있게 만든 것이 바로 이 스타일이었다고 합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앤드류 볼튼(Andrew Bolton) 의상연구소 큐레이터는 “이 행사 자체가 전시와 컬렉션을 다양화하고 큐레이션 관행 내에 있는 일부 역사적 편견을 바로잡는 것에 대한 우리의 노력에 있어 정말 중요한 단계”라며 이번 전시의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전시 구성과 하이라이트
‘슈퍼파인: 테일러링 블랙 스타일’ 전시는 조라 닐 허스턴(Zora Neale Hurston)의 1934년 에세이 ‘흑인 표현의 특성(Characteristics of Negro Expression)’에서 영감을 받아 12가지 특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소유권(Ownership): 19세기 메릴랜드의 노예가 소유한 물건을 살펴보는 섹션으로 시작
- 존재감(Presence): 흑인의 패션을 통한 존재감 표현
- 구별(Distinction): 패션을 통한 자기 표현과 정체성 확립
- 변장(Disguise): 의상이 어떻게 정체성을 숨기고 드러낼 수 있는지 탐구
- 자유(Freedom): 패션을 통한 해방과 자유의 표현
- 챔피언(Champion): 스포츠 유니폼과 흑인 남성 운동선수의 스타일 영향
- 품위(Respectability): 동화, 활동주의, 예의범절의 정치학 고찰
- 주크(Jook): 흑인 문화 속 즉흥성과 창의성
- 유산(Heritage): 전통과 문화적 뿌리의 표현
- 아름다움(Beauty): 1970-80년대 흑인 남성의 스타일과 자신감
- 쿨(Cool): 1960-80년대 캐주얼 드레스 혁명
- 세계주의(Cosmopolitanism): 글로벌 문화와의 연계
전시는 엘렌과 윌리엄 크래프트(Ellen and William Craft) 커플의 이야기부터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와 고인이 된 버질 아블로(Virgil Abloh)가 디자인한 현대 패션 작품까지 다양한 시대의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이를 통해 소유의 대상이었던 흑인들이 주체적으로 패션을 이끄는 존재로 변화하는 과정을 조명합니다.
2025 멧 갈라 공동 의장과 명예 의장
흑인 남성의 패션이 주제로 떠오른 만큼 공동 의장 또한 특별한 인물로 구성되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안나 윈투어(Anna Wintour)와 함께 행사를 이끈 인물들은:
-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 루이비통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뮤지션
- 루이스 해밀턴(Lewis Hamilton): F1 월드 챔피언
- 에이셉 라키(A$AP Rocky): 래퍼이자 패션 아이콘
- 콜맨 도밍고(Colman Domingo): 배우
- 르브론 제임스(LeBron James): 농구 선수(명예 의장)
또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오랜 전통인 호스트 위원회를 부활시켰는데, 이 위원회에는 앙드레 3000(André 3000), 시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Chimamanda Ngozi Adichie), 스파이크 리(Spike Lee), 제니퍼 로페즈(Jennifer Lopez), USHER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참여했습니다.
전시장 디자인과 예술적 협업
이번 전시는 다양한 예술가들의 참여로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아티스트 토크와스 다이슨(Torkwase Dyson)이 전시 디자인을 맡아 독특한 건축적 요소를 가미했으며, 탠다 프랜시스(Tanda Francis)는 특별제작된 두 개의 마네킹 두상을 제작했습니다. 또한 사진작가 타일러 미첼(Tyler Mitchell)은 전시 카탈로그를 위한 다이내믹한 사진 작업을 선보였습니다.
갈라 내부 장식도 인상적이었는데, 아티스트 사이 개빈(Cy Gavin)의 작품 ‘Untitled (Sky)’가 덴두르 신전 천장에 투사되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세트 디자이너 데릭 맥레인(Derek McLane)과 이벤트 플래너 라울 아빌라(Raúl Àvila)는 무려 7,000송이가 넘는 생화로 장식된 중앙 장식물을 완성해 행사의 화려함을 더했습니다.
멧 갈라 이후 전시 일정
메트로폴리탄 의상 연구소가 선보이는 전시 <슈퍼파인: 테일러링 블랙 스타일>은 2025년 5월 10일부터 10월 26일까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열립니다. 전시는 18세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흑인 스타일의 진화를 보여주는 의상, 예술작품, 사진 등을 선보이며, 다양한 관련 프로그램과 워크샵도 함께 진행됩니다.
셀러브리티들의 참여와 인상적인 룩
이번 멧 갈라에는 많은 셀러브리티들이 참석해 ‘테일러드 포 유’ 드레스 코드를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한 인상적인 룩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블랙핑크 멤버들의 참석이 화제가 되었으며, 제니, 로제, 리사가 각자 개성 있는 스타일로 레드 카펫을 밟았습니다.
2025년 멧 갈라는 단순한 패션 행사를 넘어 흑인 역사, 문화적 유산, 그리고 자기표현의 중요성을 조명하는 의미 있는 행사로 기록될 것입니다. 흑인 댄디즘의 역사와 그 영향력을 재조명함으로써, 패션이 단순한 옷 이상의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를 담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FAQ)
2025년 멧 갈라의 정확한 주제는 무엇인가요?
2025년 멧 갈라의 주제는 ‘슈퍼파인: 테일러링 블랙 스타일(Superfine: Tailoring Black Style)’입니다. 이는 18세기부터 현재까지 흑인 스타일의 역사와 문화적 중요성을 탐구하는 전시입니다.
드레스 코드는 무엇이었나요?
드레스 코드는 ‘테일러드 포 유(Tailored for You)’였습니다. 이는 전시의 주제와 연결되어 맞춤형 의상, 특히 수트나 테일러링된 의상을 중심으로 해석되었습니다.
흑인 댄디즘(Black dandyism)이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흑인 댄디즘은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댄디즘의 흑인 버전으로, 세련된 옷차림과 태도를 통해 사회적 지위와 정체성을 표현하는 문화 사조입니다. 이는 단순한 패션을 넘어 인종적 편견과 차별에 대한 저항, 그리고 자기표현의 도구로 발전했습니다.
멧 갈라 전시는 얼마나 지속되나요?
메트로폴리탄 의상 연구소의 ‘슈퍼파인: 테일러링 블랙 스타일’ 전시는 2025년 5월 10일부터 10월 26일까지 진행됩니다.
전시의 특별한 의미는 무엇인가요?
이번 전시는 22년 만에 남성복에 초점을 맞춘 첫 번째 메트로폴리탄 의상 연구소 전시이며, 흑인 패션의 역사적 중요성과 문화적 영향력을 조명함으로써 패션계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화하는 의미를 가집니다.
멧 갈라 2025는 패션과 문화, 역사의 교차점에서 중요한 대화를 이끌어내는 행사로, 흑인 문화의 풍요로움과 그 영향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패션이 단순한 옷 이상의 강력한 표현 수단이자 정체성의 도구임을 다시 한번 증명한 뜻깊은 행사였습니다.